트위터


단장의 그림 12, 13 행복한 왕자 건망증 대비 간단 라노베 독후감

책을 사다놓으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 넘게, 혹은 도저히 비닐 뜯을 생각을 안하는 녀석이 자신의 건망증에 위협을 느껴 쓰기 시작한 라이트노벨 독후감.
줄여서 덕후계를 여행하는 건망증 초기 환자를 위한 라노베 독후안내서.
미리니름 같은 건 알아서 피하세요. 보험 적용되지 않습니다.


<<건망증을 막기 위한 등장인물과 줄거리>>

시라노 아오이 - 이 바닥 주인공들이 다들 그러하듯 평범함을 사랑하고 유지하고 싶어하는 초식남. 모든 악몽을 이해한 순간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 라고 하며 단숨에 레이드를 끝내는 전기의자형 기사.

토키츠키 유키노 - 하여간 피붙이라는 것이 화염방사기에 심취해서 가족들 다함께 불태워먹고 간신히 살아나서, 그 분노와 증오를 연료삼아 플라이 야바레[?]를 날려대는 아가씨. 일단 위치상 히로인인데 정말 주인공을 싫어한다. 일단 라노베니까 연애질 좀 하면 안되겠니. [...]

토키츠키 카제노 - 불꽃에 심취해 가족들과 비싼 집 하나 날려먹고 귀신이 되어 여동생한테 들어붙어 대형 악몽만 나타났다하면 나타나는 레어 히로인[?].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터의 버프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카가리 마사타카 - 만물박사님. 골동품 가게 주인. 보통 카가리야로 불린다. 이 아저씨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추리력은 없는 듯. 애초에 이 지옥 같은 행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옥 같은 일에 추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는...

타노우에 사츠키 - 기억을 먹어치우는 식혜... 가 아니라 식해를 몸속에 키우는 아가씨. 그때문에 메모장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누가 얘한테 아이패드 같은 거 좀 선물해줘라.

나츠키 유미코 - 기상예보... 가 아니라 악몽예보를 담당하는 꼬마 아가씨. 악몽이 된 엄마라는 것이 동화만 들려주고 사라지는 바람에 동화계통으로 악몽을 알려준다. 그래도 동화라서 다행이지 물리학 이론서 같은 걸로 된 거였으면 이미 존재자체로 악몽이었을 거야. "이번 악몽은 '열역학 제 2법칙에 대한 양자역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현대물리학적 접근'이야."  정말 악몽이다!

타키 슈우지 - 장의사. 악몽으로 죽은 시체들을 토막내 다시 되살린 후 불태워 소각하여 확실하게 죽이는 기사. 일단 도예가라고 한다. 이 아저씨가 관동 시체 절반을 처리한다고 한다. 이걸 유능하다고 해야하나...

토츠카 카나코 - 장의사 조수. 죽었다 되살아났는데, 누가 이 동네서 부활한 인물 아니랄까봐 제정신이 아니다.

아사이 안나 - 장의사 씨한테 토막났다가 되살아난 아가씨. 다른 라노베였다면 그대로 히로인 자리 꿰찼을 텐데, 작품을 잘못 만나 얼굴 가죽 뜯기고 썰리고 박살나고... 아, 안돼, 눈물이 멈추지 않아...

타지로 료우스케 - 작품 잘못 만나 좋아하는 애 얼굴 뜯고 썰릴 뻔하고 결국 썰리고... 실력있는 미술학도가 그렇게 골로 갔습니다.

시모다 쥬리 - 참으로 현실적으로 안나를 왕따시키던 년. 이년만 없었어도 안나와 료우스케는 풋풋한 순정물을 찍고 있지 않았을까.



신이라는 작자가 자기 자는 거 방해된다고 모든 악몽을 단숨에 던져버리고 폭풍수면을 취하고 있을 때, 그 악몽들이 인간의 의식 너머로 흘러넘쳐 그야말로 악몽같은 현실을 만들게 되는 세상.
소꿉친구 잘못 만나 악몽을 경험하고, 무난하게 고등학생이 됬나 했더니 또다른 악몽에 휩쌓여 얼떨결에 그 악몽들을 박살내는 인생을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

일단 가족중 누군가였는지 자신이었는지 악몽으로 죽은 안나를 장의사가 토막쳐 되살려 불태우려고 하는데, 그걸 본 료우스케가 안나를 데리고 도망친 것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그로 인해 시체를 처분해야하는 장의사가 카가리야에게 지원 요청을 한다. 전작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때의 상처가 간신히 아물고, 그때의 정신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일단 여유가 없었기에 주인공 일행은 그쪽으로 향한다.

여튼 토막났다가 되살아나서 정신은 완전히 박살났겠지만 의외로 멀쩡한 안나를 죽이려는 주인공 일행의 급진파(유키노&조수님)들 때문에 료우스케는 얼떨결에 아오이의 배때기에 칼을 쑤셔넣는다. 가볍게 찔려주는 걸 보니 아오이 녀석도 풋내기였나보다. 복대 하나 쯤은 챙겼어야지. 안나와 료우스케는 도망치고, 쑤셔진 아오이는 일단 카가리야 씨 단장으로 땜빵을 한다.

뜻하지 않은 쉬는 시간 동안 장의사와 조수, 안나와 료우스케, 이번 악몽인 '행복한 왕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 언제나 그렇듯 별 소득은 없고, 언제나 그렇듯 안나와 료우스케는 점점더 규모를 키워가며 희생자들을 늘려간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한 발 늦은 주인공 일행이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단이 되어 현세의 지옥을 보여주고 있었다.

료우스케와 안나를 찾은 아오이는 그제서야 모든 것을 이해하는데, 때마침 나타난 장의사와 조수가 두 사람을 작살내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과거에 경험한 '자신의 악몽'이 떠오른 아오이는 눈앞의 모든 것들─료우스케&안나 커플 + 장의사 파티를 없에버린다.



<<건망증에 대비하는 감상평>>

사실 내 라노베 감상평은 앞서 했던 다른 작품들처럼 건망증을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가볍게 왜곡해서[?] 써두는 것이 목표지만, 아무래도 단장 시리즈는 그게 힘들다. 이 동네는 저기 태평양에 크툴루가 잠들어 있고, 이 모든 악몽이 외우주 신들의 장난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한없이 암울하고 잔인하고 기괴하니까.

여튼 언제나 그렇듯 악몽에 노출된 인간들 중에서 제정신으로 살아남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주인공 파티 빼고는 또다시 몰살크리. 그것도 모자라 아오이의 팀킬까지. 훌륭하다 훌륭해.
뭐,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 장의사 팀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는 건 동의하지만서도, 대안없이 박살내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아오이 군. 복대도 없이 배때기에 칼도 맞았겠다, 옛 여친이 바람핀다고 깐죽거리는 게 무서웠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

뭐, 명색이 라노베 주연인데도 불구하고 몰살당하는 조연들보다도 염장질을 볼 수 없는 애들은 잠시 제쳐두고, 이번 편 비극의 주인공들인 안나와 료우스케를 보면, 아무래도 얘네들은 작품을 잘못 만났어. 꿈도 희망도 뭣도 없는 코다 월드에 등장한 것부터가 사망플래그였던 거야. 다른 라노베였다면 망가진 히로인과 그런 히로인을 지키려는 히어로의 이야기가 펼쳐졌을텐데, 얘들은...... 조수 아가씨가 작품이 아니네 어쩌네 했지만, 솔직히 파워 웨폰 끼고 전투하는 댁보다 되살아났지만 그래도 자신과 이야기해준 소년을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죽어주는 안나가 휠씬 더 끌리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항상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이번만큼 안타까웠던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아오이랑 유키노 염장질 좀 써달라구요 코다씨!

그리고 위에서 유미코 설명할 때 얘기했지만, 그래도 그 엄마가 읽어준 게 동화니까 다행이지, 만약 철학서나 실용도서, 이공계, 혹은 자연계 도서나 논문이었다면......

"이성 비판."
"시뮬라크르와 플라톤 철학으로 알아보는 중세 철학자들의 신앙 연구에 대한 성리학적 접근."
"따사로운 주방을 만드는 제철주부요리 80선."
"토목건축 자재 일람." , "25층 이상 고층건물 내부 설계론."
"엔트로피 증가에 의한 미시세계의 균열이 거시세계에 끼치는 영향."
"초끈이론을 바탕으로 이해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적용법."


......악몽이다! 이단이다!



잠깐 진지한 얘기를 좀 해보자면, 신의 악몽이니 포화니 해도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인 인간관계, 그러니까 인간이 문제다.
누군가의 아집, 고집, 욕망, 비뚫어진 선의 등의 일그러진 인간이 남기고 간 무언가가 악몽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악몽이 인간의 무의식 아래 잠들어있는 신에게서부터 나왔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단장 시리즈를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한다. "인간이란 악하지 않을까?" 라고.

뭐, 왠 헛소리는 이쯤해두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라노베판 데드스페이스였다.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도 그렇고, 마지막의 기괴한 병원도 그렇고.

뭔가 더 쓸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거 참 이놈의 건망증…….

덧글

  • ReSET 2011/05/24 21:30 # 답글

    안나와 료우스케는 설정만 보면 완전히 세카이계의 주인공들이지요...

    안 될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ㅠㅠ
  • 반쪽사서-엔세스 2011/05/24 22:13 #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에서 그래도 공주님 하나 살아났었으니까 이번에는 둘 정도 살려줘도 되잖아요! 그런데 왜! 한큐에 골로 보내버리냐고! 너무하잖아! 엉엉엉!!!
  • 아침 2011/05/24 23:48 # 답글

    단장은 인간은 악하다... 라기 보다는 인간은 약하다... 는 걸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단장같은걸 가진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엄청 유약한 존재라던가 그런게 아니잖아요. 의외로 근성있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능력 있고, 다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그런 인간들이 트라우마라는 존재 때문에 한순간에 훅 가버리는 거니까요. 그것도 어떤 사람이든 벗어날 수 없고... missing때도 그랬지만 코다 작품속의 인간들은 참 연약하고, 그 연약함을 거부하거나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잘 그려지는 것 같아요.ㅇㅅㅇ
  • 반쪽사서-엔세스 2011/05/25 00:38 #

    악함이 아닌 약함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필사적이고 처절하고 하지만 구원은 없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토순이 2011/05/28 16:33 # 답글

    서로간에 징징 짜는 년놈들의 목숨보다는 일반인을 지키는 쪽이 이득이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소설입니다. 인생은 똥이야 똥. 토끼발싸!......는 드립.
    허세는 없는 게 좋은 겁니다. 히히.
  • 반쪽사서-엔세스 2011/06/01 01:57 #

    난 이 녀석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 알았지. 하지만 녀석은 내 말을 듣지 않았어 <-
    판단력! [왈도풍]
  • 토순이 2011/06/01 15:07 #

    둥그스러운 힘쎄고 강한 하루를 위해, 공기 치료. 신선함! [왈도풍(2)]
댓글 입력 영역



동맹, 외부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