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누님이 계십니다. 착하고, 항상 생글생글 웃고, 예쁘고. 집안은 좀 평범한가, 그리 부유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분이 사고를 당하셨어요. 근데 그게 좀 높으신 분 아드님이셨나봅니다.
그나마 이 아드님께서 정신이 제대로 박혔는지, 아니면 누님의 외모를 보고 좀 놀아볼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자기가 잘못했다며 치료비를 전액 지불해줬습니다. 뭐, 당연한 일이긴 한데 어째 이 사람의 신분이 신분이다보니 영 신뢰가 안 가지만...
여튼 그렇게 둘이서 만나고 다니는 걸 누님 부모님께서 아시고는, 특히 상대가 높으신 집안 아들이라는 걸 아시고는 그거 여차하면 불장난으로 끝나고 넌 상처만 입는다 헤어져라 하셨지요. 생각 깊은 누님이었는지라 한 사흘 정도 고민하시고는 헤어지자 했답니다. 그런데 남자가 안 헤어지겠다고 아예 약혼반지까지 만들어 왔더래지요. 그래서는 부모님도 만나뵙고. 집안에서는 너 미쳤냐는 소리 들어가면서. 그놈의 사랑이 뭔지. 이해가 안갑니다만 그게 사랑이겠지요.
뭐, 어차피 장성했겠다, 자기 사업도 그럭저럭 잘 나가고 있겠다, 아니꼬우면 의절해도 괜찮다고 생각했겠지요. 그걸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되니까 무섭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제 눈에는 영 못 미덥지만 그래도 서로 알콩달콩 염장질을 하며 제 위장에 사카린을 대량투입하더이다. 집 따로 살고 신고는 안했지만 영락없는 부부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누님 앞에 왠 한 성질하게 생긴 여자가 나타나서는 왜 내 약혼자 꼬리쳐서 빼앗아가냐고 그러더랩니다. 그 아드님 집안에서 맺어둔 약혼자래요. 그런 거 진짜로 지금도 하는 거였나 했습니다. 하여튼 누님 입장에서는 이 아가씨가 지금 뭔 헛소리를 하나 싶었지요. 그래서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냅다 뺨싸대기. 이 나라 높은 집안 아가씨들은 무슨 싸대기 스킬을 패시브로 찍고 자동 수련을 하는지 참으로 매서워 쉽게 붓기가 안 가라앉더군요. 정신이 나간 게지. 다 큰 어른들이 진짜... 경찰 부를까 하다가 말더이다. 그럴 때 부르라고 있는 게 경찰인데 이 누님 참...
여튼 그걸 본 아드님께서는 빡쳐서 대놓고 의절하든 말든 난 그 사람이랑 결혼할거다 하고 튀어나오고, 당연히 그 집안은 발칵뒤집히고, 높으신 부모님께서 그런 재물도 역사도[여기서 폭소했습니다. 이 집안도 벼락부자 출신이니까요] 없는 집안이랑 뭔 결혼이냐 하고. 약혼자 집안, 그러니까 그 뺨싸대기 아가씨 집안도 사람 풀어서 누님 정보 캐고 다니고...
근데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게 그 약혼자 집안 아버님이 누님 사진을 보고나서부터 거동이 영 수상쩍어졌다고 하더군요. 분명 뭐 찔리는 게 있는 거라고. 아닌 게 아니라 그 집안도 벼락부자 출신인데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가 영 수상쩍다고 하더군요. 아니 이 나라 부자들은 진짜 전부 다 벼락부자들 뿐인가. 경주 최씨네 같은 거 진짜 레어해서 드라마로 만든 건가?
이제 이게 조금씩 삐걱거리다가, 어느날 약혼녀가 누님 불러다가 드잡이질하다가 계단에서 밀어버리는 일이 터졌습니다. 야 이 미X. 당시의 제 반응은 조금 더 격렬했습니다. 누님은 왼쪽다리가 부러지셨고, 약혼녀는 살인미수로 조사를 받게 되었지요. 그런데 어찌어찌 무마되더군요. 그 놈의 돈. 더러운 돈.
근데 경찰이 조사하다가 이 약혼녀 집안 아버지가 예전에 친구한테 빚 보증 갚게 하고 튀었던 게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다시 돈을 벌려고 했던 사업도 죄다 불법이었고.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긴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는 진짜 신이 났지요. 아싸 망해라. 망해라! 하지만 이번에도 돈으로... 이 나라에는 법도 인의도 아무 것도 없어...
문제는 그 약혼녀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은 것이 누님의 큰아버지셨답니다. 그 빚 갚으시다 결혼도 못하고 과로로 돌아가시고, 할아버님은 장남이 친구 잘못 만나서 일만 하다 죽어서 홧병에 돌아가시고. 하, 하하하, 훌륭하다 훌륭해. 세상 참.
이제 이게 알려지니까 아드님 집안이 또 발칵 뒤집히지요. 약혼녀 집안이 좀 역사 있는 집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게다가 엉 구리구리한 방법으로 돈 번 거라 저기랑 결혼하면 웃기지도 않는 집안 명예가 박살나고. 이럴 거면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안을 찾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그러니까 약혼녀가 빡쳐서 회사로 아드님 회사 공격하고, 그러니까 이제는 못 먹어도 고 하고 그 집안 전체가 회사 경쟁 시작하고... 그저 밑에 있는 사람들만 죽어나죠. 나같았으면 당장에 사표 쓰고 나왔겠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여기서 이 아드님 성능[?]이 튀어나오더라구요. 순식간에 자회사 모아서 상대방 약한 데부터 파고 들어 격침시키더니 아예 다 먹어치우더군요. 한 2년 걸립디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름 좀 있는 회사들이었는데 그렇게 훅 가더니 간판 바꾸더군요.
그렇게 한때의 약혼자 집안을 박살낸 아드님은 조금 한숨 돌리겠구나 할 타이밍에 부모님을 흔들더군요. 그리고는 어찌 구워삶았는지 양가 상견례까지 하고 단숨에 결혼. 누님께 어울리는지 어떤지는 둘째치고 그 아드님, 결혼잔치를 뷔페로 사흘씩 하는 그 대인의 기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용권을 준 건 누님이셨지.
해서 지금은 초등학생 아들 하나 유치원 딸내미 하나였나. 그래, 나이 차이가 나니까 아저씨라 부르겠지.
여튼 누님은 그림에 그린 듯한 행복 속에 살고 계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막내가 첫째랑 여덟 살 차이나도 되는 건가.
그리고 드라마 종영.
쓰다보니까 사람들이 죽어라 볼 만 하네요. 아, 재밌네, 재밌어.
......내 예상이 전혀 틀리지 않아서.
진짜 각본쓰라고 하면 줄줄줄 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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